나를 위한 완전한 나의 시간, 새벽 (Feat. 계수나무)

계수나무 속에 숨어있는 하트

계수나무의 달콤한 향기가 뒤에서 미는 바람에 밀려온다.눈에 보이는 것보다 청각이 후각이 더 중요하고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를 위해 털어내는 차갑고 습한 새벽 시간을 나는 아쉬워한다.처음부터 하루를 만드는 새벽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은영, 은영, 보이는 것도 없이 들리는 것도 없이 새벽 유일하게 들리는 저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항상 목적이 있었다.아침 밥을 부탁하거나 일손이 부족해서 학교에 가기 전에 농사를 도와라는 호칭이었다.열지 않는 눈을 열고 옷을 하나하나 입고 밖으로 나오면 피부에 닿는 차갑고 축축한 새벽 공기에 의해서 남아 있던 잠이 달아난 적이 많았다.근처에서 봐야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새벽에 어린 내가 돕는 것은 얼마 안 된다.우리만 일어나고 있는 듯이 조용한 새벽의 어머니와 나의 숨결, 삽으로 흙을 파내는 소리, 땅을 밟는 발소리, 우리 목소리가 세계를 가득 메웠다.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머니의 옷에 심고 있는 모종에 밟고 있던 땅으로 본래의 색깔이 서서히 스며들게 보이면 세상 가득 메웠던 우리의 목소리는 깨어난 소리에 묻혔다.새벽이 가까이 와서 아침이 왔다.새벽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마음 속에서 기도한 어린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30년 전 어린 나는 새벽은 춥고 힘들고 소리 없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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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 은영, 보이는 것도 없고 들리는 것도 없는 새벽 유일하게 들리는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항상 목적이 있었다.아침밥을 시키거나 일손이 부족해 학교에 가기 전에 농사를 도와달라는 호칭이었다.뜨지 않는 눈을 뜨고 옷을 하나하나 입고 밖으로 나가면 피부에 닿는 차갑고 습한 새벽 공기로 인해 남아있던 잠이 달아난 적이 많았다.가까이서 봐야 뭔지 확인할 수 있는 새벽에 어린 내가 도울 일은 몇 안 된다.우리만 깨어 있는 것처럼 고요한 새벽 엄마와 나의 숨소리, 삽으로 땅파는 소리, 땅을 밟는 발소리, 우리 목소리가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머니 옷에, 심었던 모종에, 밟고 있던 흙에 본래의 색이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세상 가득 메우던 우리 목소리는 깨어나는 소리에 묻혔다.새벽이 다가오고 있었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새벽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던 어린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30년 전 어린 나는 새벽은 춥고 힘들고 소리 없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시간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아 눈물이 넘쳤던 날에도 같은 날들 속 나의 정체성을 찾아 혼란스러운 날에도 반짝임을 찾아 웃음으로 가득 채운 날에도 새벽은 늘 찾아와 곁에 머물러 흘러갔다.수많은 새벽을 어린 날 몸에 박혀 있던 습관이라 생각하며 의미없이 보냈다.무언가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삶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와 마주할 시간을 찾으면서 그 언젠가 새벽을 마주했을 때 한 번도 원치 않았던 매일 주어진 새벽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농사를 돕던 어린 아이의 시간은 30년이 지난 지금 엄마의 부름이 아니라 남자 셋의 아침을 깨우기 위해, 혹은 잠든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위해 누군가 읽었으면 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저녁에 못한 집안일을 하느라 무색하던 산이 나무들이 조금씩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기 위해 자신의 온전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새벽에 스스로 일어나는 사람이 됐다.심지어 차갑고 습하고 조용하며 적막한 새벽이 좋아서 나만 깨어 있는 이 시간들이 조금씩 천천히 흘러가길 바라게 됐다.남들이 아닌 나를 위한 완전한 시간 계수나무의 달콤한 향기를, 햇빛에 본연의 색을 찾아가는 숲을 볼 수 있는 새벽을 나는 아쉬워한다.